태풍이 북상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태풍의 이동방향은 이렇다. 발생 직후 저위도에서는 북서쪽으로 진행하고, 중위도에 접어들면 진로가 북동쪽으로 바뀌게된다.

이 중에서 태풍이 저위도에서 서쪽으로 진행하고 중위도에서 동쪽으로 진행하는 것은 그 지역의 풍계로 쉽게 설명된다. 저위도에서는 동풍 계열의 무역풍이 불고, 중위도에서는 서풍 계열의 편서풍이 불기 때문에, 이들 바람의 영향으로 태풍의 진로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태풍이 북상하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크게 세 가지 설명이 있다.

1. 대기 대순환

지구에서 나타나는 지구 규모의 대기 순환을 대기 대순환이라고 한다. 대기 대순환은 기본적으로 열적 순환이다. 적도에서 상승해서 극에서 하강하는 거대한 하나의 순환이다. 그런데,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거대한 하나의 순환은 다시 세 개의 작은 순환으로 나누어진다. 저위도 지역의 해들리 세포, 중위도 지역의 페렐 세포, 고위도 지역의 극세포가 그것이다.

출처: 기상백과


태풍에 영향을 끼치는 세포는 해들리 세포와 페렐 세포이다. 이 두 세포의 순환을 살펴보면, 상공에서는 항상 남풍 계열이 불고 있다. 따라서 태풍 역시 상공의 이 남풍 계열의 바람에 영향을 받아, 북상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보면 페렐 세포의 경우 남풍 계열의 바람이 불지만, 해들리 세포의 경우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분다. 태풍이 발생한 직후에는 주로 해들리 세포의 영향을 받는데, 지상에서 북풍 계열의 바람이 불므로, 북상하는데 방해를 받게 된다.

결국 해들리 세포에서 상공과 지상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따라서 상층 대기의 흐름으로 태풍의 북상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함이 있다.

2. 전향력 + 북태평양 고기압

전향력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겉보기 힘으로 북반구에서는 운동 방향의 오른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북반구에서 일정 공간 규모 이상으로 운동하는 물체는 점점 오른쪽으로 방향이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태풍에 적용해 보면 이렇다. 저위도의 무역풍은 동풍 계열이므로 전향력의 영향을 받아, 오른쪽으로 휘게 된다. 이 때 휘는 방향이 북쪽이다. 따라서 무역풍과 전향력의 영향으로 태풍은 북상하게 된다.

중위도 지역의 편서풍은 서풍 계열이므로 태풍의 방향이 서에서 동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 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출처: 푸른행생의 과학)

하지만, 이 설명 방법의 문제는 무역풍이 동풍 계열이기는 하지만, 위 그림에서 보듯이 실질적으로는 북동풍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 방향으로 나누어 본다면 북풍 계열의 바람이다. 사실 무역풍이 동풍 계열의 바람이 되는 것은 지상에서 부는 북풍이 전향력을 받아 동쪽으로 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풍 계열의 바람과 전향력 때문에 북상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다소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3. 소용돌이도(와도) 보존

소용돌이도는 유체의 소용돌이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 소용돌이도에는 지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소용돌이도인 행성소용돌이도와 지구 표면에서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유체 자체의 소용돌이도인 상대소용돌이도로 나누어진다. 행성소용돌이도는 고위도로 갈수록 커지고, 저위도로 갈수록 작아진다. 예를 들면, 북극에서는 서 있기만 해도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하루에 한 바퀴 돌게 되지만, 적도에 서 있으면 결코 회전하지 않는다.

행성소용돌이도와 상대소용돌이도를 합쳐서 절대소용돌이도라고 한다. 그리고 절대소용돌이도를 유체 기둥의 높이로 나눈 것을 포텐셜 소용돌이도라고 한다. 이 포텐셜 소용돌이도는 외력이 없으면 보존된다.

                  행성소용돌이도 + 상대소용돌이도
포텐셜 소용돌이도 = -----------------------------------
                  유체 기둥의 높이

소용돌이도의 부호는 지구 자전 방향을 기준으로 한다. 지구는 서에서 동으로, 북극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았을 때,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따라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 가 되고,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 가 된다.

태풍은 거대한 회전 운동을 한다. 따라서 태풍 역시 소용돌이도를 가진다. 태풍이 발생했을 때 다음처럼 대칭 상태였다고 하자.


태풍은 저기압의 일종이므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따라서 태풍의 왼쪽은 고위도에서 저위도로 이동하고, 태풍의 오른쪽은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이동한다.

앞서 말했듯이, 행성소용돌이도는 고위도로 갈수록 커지고, 저위도로 갈수록 작아지므로, 태풍의 왼쪽은 행성소용돌이도가 작아지고, 태풍의 오른쪽은 행성소용돌이도가 증가한다.

그런데 포텐셜 소용돌이도는 보존되어야 한다. 그리고 태풍의 높이는 변하지 않으므로 절대소용돌이도 역시 보존되어야 한다. 따라서 행성소용돌이도가 커지면 상대소용돌이도가 작아져야 하고, 행성소용돌이도가 작아지면, 상대소용돌이도가 커져야 한다.

결국 태풍의 왼쪽은 상대소용돌이도가 커져야(+) 하고, 태풍의 오른쪽은 상대소용돌이도가 작아져야(-) 한다. 그러므로 태풍의 왼쪽에는 반시계 방향(저기압성)의 소용돌이가 생겨나고, 태풍의 오른쪽에는 시계 방향(고기압성)의 소용돌이가 생겨난다.

이 때, 양쪽의 소용돌이는 태풍의 중심을 밀어올리는 형태가 된다. 바로 태풍 내부의 이 소용돌이 때문에 태풍이 북상하게 된다. (출처: 태풍연구센터)

이것에 저위도에서의 동풍(무역풍) 과 중위도에서의 서풍(편서풍) 을 연결하면, 태풍은 저위도에서는 북서진하고, 중위도에서는 북동진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저위도에서 무역풍의 도움이 없더라도 태풍은 발생 직후 자체적으로 북서진하게 된다고 한다. 이유는 태풍 회전과 관련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태풍은 저기압의 일종이므로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바로 이 회전이 북쪽을 향하던 태풍의 진행축을 북서쪽으로 향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회전 방향을 따라 진행축이 계속 회전하지는 않고, 어느 정도 회전하면 평형상태에 도달한다고 한다.

4. 결론

태풍이 북상하는 이유에 대해 세 가지 정도의 설명을 살펴보았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소용돌이도 보존을 이용한 세번째 설명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만으로 태풍이 북상하는 이유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이외에도 전지구적 기압배치 또한 태풍의 진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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