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 평전 <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 를 읽고...
김재규 평전 <바람없는 천지에 꽃이 피겠나> 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시사 주간지 <시사IN> 을 통해서였다. <시사IN> 의 지면 광고가 있었다. 그러다가 <시사IN> 을 10 년 정기구독하게 되었는데, 일종의 사은품으로 <시사IN북> 에서 출판되는 몇 종의 책을 받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다.
김재규란 인물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다. 10.26 당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조금씩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평가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의인으로 또는 민주투사로 불리지기도 하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로 기울어져 있었다.
팟캐스트 <이이제이> 를 1 회부터 정주행하다가 "김재규 특집" 을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집에 있는 김재규 평전이 떠올랐다. 이 참에 읽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평전, 전기, 위인전 따위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해당 인물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해서 호의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다소 미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김재규의 주장은 상당히 일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10.26 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몇 해에서 걸쳐서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재규 자신은 10.26 을 이렇게 부른다. "10.26 민주회복 국민혁명". 그리고 그 혁명의 목적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이 다섯 가지 목적을 제시하면서 김재규는 10.26 을 스스로 혁명이라고 불렀다. 스스로의 확신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붙인 이름이겠지만, 매우 공허하게 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떤 세력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거의 개인 수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고, 10.26 이후 수습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평가가 매우 와닿았다.
김재규의 재판 과정을 보면서 김재규의 진정성은 느껴졌다. 하지만, 유신 정권의 중앙정보부장치고는 거사를 계획함에 있어, 형세 판단이 안이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 자신이 '혁명' 을 일으키면 모든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의 속삭임대로 인식하고 있었고, 박정희가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10.26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게다가 박정희의 자리에 전두환이 들어와서 모든 것을 통제하였기에 김재규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가 없었고, 설사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김재규가 몇 년을 유신의 중앙정보부장으로 있었기에 김재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체는 김재규의 삶 전체를 긍정하면서 김재규를 영웅의 반열에 올려 놓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김재규의 진정성을 인정하더라도, 10.26 을 통해 유신이 끝났다는 정도만 받아들을 수 있을 듯하다.
10.26 이후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에 나온다.
김재규는 바로 이 '위기' 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병적 증상' 들이 스스로 사라지거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졌다. 따라서 이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괴물을 탄생시켰다.
김재규의 삶을 살펴보고, 그의 주장을 알아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을만 하다.
김재규란 인물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지는 못했다. 10.26 당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만 조금씩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평가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의인으로 또는 민주투사로 불리지기도 하는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로 기울어져 있었다.
팟캐스트 <이이제이> 를 1 회부터 정주행하다가 "김재규 특집" 을 듣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집에 있는 김재규 평전이 떠올랐다. 이 참에 읽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평전, 전기, 위인전 따위의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해당 인물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해서 호의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서술되어 있고, 다소 미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김재규의 주장은 상당히 일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10.26 이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몇 해에서 걸쳐서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재규 자신은 10.26 을 이렇게 부른다. "10.26 민주회복 국민혁명". 그리고 그 혁명의 목적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의 회복.
둘째, 보다 많은 희생을 방지.
셋째, 적화방지.
넷째, 혈맹의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건국 이래 가장 나쁜 상태이므로, 이 관계를 완전히 회복해서 돈독한 관계를 가지고 국방을 위시해서 외교와 경제까지 더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국익을 도모.
다섯째, 국제적으로 우리가 독재국가로서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이것을 씻고 이 나라 국민과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명예회복하자는 것.
이 다섯 가지 목적을 제시하면서 김재규는 10.26 을 스스로 혁명이라고 불렀다. 스스로의 확신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붙인 이름이겠지만, 매우 공허하게 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떤 세력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거의 개인 수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고, 10.26 이후 수습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런 평가가 매우 와닿았다.
계획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엉성하고, 우발적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치밀하다
김재규의 재판 과정을 보면서 김재규의 진정성은 느껴졌다. 하지만, 유신 정권의 중앙정보부장치고는 거사를 계획함에 있어, 형세 판단이 안이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순진했다고 해야 할까 ? 자신이 '혁명' 을 일으키면 모든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의 속삭임대로 인식하고 있었고, 박정희가 보여주는 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10.26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게다가 박정희의 자리에 전두환이 들어와서 모든 것을 통제하였기에 김재규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가 없었고, 설사 전달되었다고 하더라도 김재규가 몇 년을 유신의 중앙정보부장으로 있었기에 김재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지지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자체는 김재규의 삶 전체를 긍정하면서 김재규를 영웅의 반열에 올려 놓으려는 듯하다. 하지만, 김재규의 진정성을 인정하더라도, 10.26 을 통해 유신이 끝났다는 정도만 받아들을 수 있을 듯하다.
10.26 이후의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이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에 나온다.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이러한 공백기에 대단히 다양한 병적 증상들이 나타난다.
김재규는 바로 이 '위기' 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병적 증상' 들이 스스로 사라지거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졌다. 따라서 이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전두환이라는 새로운 괴물을 탄생시켰다.
김재규의 삶을 살펴보고, 그의 주장을 알아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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