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 파일 > [ 회색지대 ] 편을 보고...

‘X 파일’은 그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참으로 많은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번 주( 10 월 04 일 ) 에 방영되었던 ‘회색지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단 ‘회색지대’ 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는 미루어 두기로 하자. 내용의 시작은 이렇다. ‘브라운산’을 올랐던 한 부부가 유골만 남은 채 발견된다. 당연히 이 사건은 멀더와 스컬리에게 맡겨지고, 역시 당연히 이들은 각자의 입장( 멀더는 신비주의, 스컬리는 과학주의 ) 에 입각해서 사건을 풀어나가려고 한다. 언제나처럼 둘은 충돌하지만, 역시 언제나처럼 사건은 풀리기 시작한다.

먼저 멀더는 시체 부검을 하는 스컬리를 떠나서 홀로 브라운산을 오른다. 놀랍게도 그 곳에서 이미 유골이 발견된 부부의 남편을 발견하고 그를 뒤쫓는다. 그 남편은 어느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멀더 역시 그를 뒤따른다. 기어코 남편을 만나게 되고, 멀더가 그로부터 듣게 되는 얘기는 멀더가 진실이라고 여기는 바로 그것이다. 이 때 어디선가 빛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 남편은 그들이라고 얘기하면 숨지만, 멀더는 ( 원래 주인공들은 다 강심장인가 ? ) 그 빛을 쫓아간다. 극 속에서 그 빛은 멀더를 찾아온 스컬리의 손전등 빛이라는 암시를 준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스컬리가 멀더의 방문을 두드린다. 방문은 열리고, 스컬리는 멀더의 방에 있는 부부를 보고 놀란다. 게다가 멀더가 숨겨놓은 외계인을 보며, 또 그와 텔레파시가 통하며 자신이 믿어왔던 모든 가치관을 부정해 버리며, 멀더가 옳았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멀더는 자신이 그렇게 주장하던 것들이 진실로써 판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아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머리에 통증을 느낀다. 하나씩 사라지는 주위 환경을 보며.

이번에는 스컬리. 스컬리는 멀더를 찾아서 브라운산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던 도중 야생 버섯의 포자를 밟는다. 그리고 땅속에서 솟아나는 액체를 발견한다. 이 때 스컬리는 전에 없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그 유골이 멀더의 것임을 알게 된다. 이 때 같이 부검하던 의사는 스컬리의 혼란스러움을 발견하고, 이렇게 얘기한다. ‘단순히 생각해요. 어떤 광신도가 의식의 일부로써 납치해, 뜨거운 물에 삶아 버리거나, 강한 산성 용액을 부어 살을 없애버리고서, 그 곳에 버려 놓은 것입니다.’ 바로 스컬리가 사건 발생 당시 멀더에게 했던 그 말대로.

스컬리는 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완벽하다는 평을 받는다. 다시 멀더의 집을 찾은 스컬리는 장례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계속 어째서 자신의 의견이 이렇게 완벽하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인 의아함을 갖는다. 멀더의 절친한 친구들에게서 또다시 듣게 되는 완벽하다는 평. 스컬리는 지속적인 의아함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문을 연다. 그 때 등장하는 멀더. 멀더는 그 자신이 진실을 보았다고 얘기를 한다. 스컬리는 멀더를 다그친다. 이것은 환각이라고. 그리고 그들은 깨어난다.

그들은 다시 보고를 한다. 원인은 균류였다고, 그 크기는 정확히 헤아릴 수 없다고. 그런데 멀더는 또다시 의문을 갖는다. 어째서 멀쩡한 것인가 ? 정말로 빠져 나온 것인가 ? 그들은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회색지대’ 편은 끝이 난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멀더와 스컬리 모두 자신들이 그렇게 주장하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어째서 의아함을 느끼게 되었는가이다. 이전의 X 파일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기에 더욱 의문이 간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환각’ 이라는 요소를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전의 X 파일에서 이 둘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일단 ‘환각’ 은 스컬리의 말에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먹이가 저항을 하지 않게끔 한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부 속으로만 빠져들게 만듦으로써 모든 외부를 차단하게 만든다. 이것은 마치 환관들이 황제 주위를 차단한 채, 간언만을 일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멀더와 스컬리, 이 둘은 바로 주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차단을 조금이나마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런 의식이 깨어나려고 하자, 그들은 고통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루어져왔던 그들의 관계는 이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 ?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외부로써 존재한다. 내부로 닫혀지는 자신을 외부로 열리게 하는 그런 존재. 극 속에서 그들이 의아함을 어렴풋이나마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외부, 바로 서로의 존재를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체적으로 ‘회색지대’ 편이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 그것은 ‘공존’ 이다. 열려있는 존재로서의 ‘공존’.

자신의 외부성을 의식하지 못하고서 오로지 내부로만 한없이 향할 때, 그들은 환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들의 눈과 귀를 막아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고, 끝없이 죽음으로 다가선다. 굳고, 굳고 끝없이 굳고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 굳음. 내부로만 향하는 흐름은 오로지 자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부 속에는 언제나 외부가 존재한다. 내부를 바로 잡는 외부. 계속해서 열어 젖히려는 외부. 그리고 그들의 공존. ‘회색지대’ 는 바로 이것을 이야기하려고 했다.

이제 처음에 던졌던 질문에 답해보자. ‘회색지대’ 는 무엇을 뜻하는가 ? 우선 우리의 고정관념부터 깨뜨리자. 더이상 ‘회색’은 ‘흑’ 과 ‘백’ 이라는 순수사이에서 그들을 뒤섞어버림으로써 그들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게 하고,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제 ‘회색’은 ‘흑’ 과 ‘백’ 서로에 대한 교정을 뜻한다. 내부로만 향하고 그들의 외부를 잃어버리는, 언제나 외부를 억압하려는 내부의 닫힘에 대한 열림의 교정. 외부로 끝없이 외부로 향하는 흐름, 그리고 마침내 특이성을 상실하게 되는 외부의 열림에 대한 닫힘의 교정. 그리고 그들의 공존. 그것이 ‘회색’ 이다. 로도스도전기 ‘회색의 마녀’ 의 회색. 균형으로써의 회색. 이런 의미에서 ‘회색지대’ 는 바로 공존의 지대, 다양성의 공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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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X 파일. 언제적 미드인지... 그대로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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