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드 아웃 > 을 보고...

며칠 전에 아내가 보고 싶은 애니가 있다고 해서 의아했었다. 평소에 애니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무슨 애니냐고 물었더니, <인사이드 아웃> 이라고 했다. 보니까 방송에서도 몇 몇 프로에서 <인사이드 아웃> 을 다루기도 했었다.

큰 기대감 없이 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빙봉" 이 떠나갈 때... 빙봉은 "라일리" 의 상상의 친구이다. 그 친구가 "기억의 쓰레기장" 으로 사라져 버렸다. 스스로 사라져 버렸다. 라일리의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에. 우리가 유년기를 지나갈 때, 상상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

가끔 EBS 에서 하는 <두근두근 학교에 가면> 이라는 프로그램을 본다. 1학년 2반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 때 아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진난만하고 상상력이 폭발한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 이 프로그램 말고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들에서는 항상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할수록, 아이들의 이런 모습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니에서는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라일리의 내면에서 스스로 사라져 가는 것으로 그려졌지만, 어쩌면 사회가 라일리과 빙봉의 이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주변을 살펴보아도, 어릴 때의 상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린 아이 같다" 는 평을 듣는다. 물론 이 때 이 말은 좋은 뜻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상상에서 멀어지고, 현실에 가까워지는 것이 우리 내면의 작용일수도 있지만, 사회의 작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라일리의 내면에 있는 감정들 중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기쁨이"와 "슬픔이" 인 듯하다. 그 중에서도 기쁨이가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분명 같은 기억의 편린임에도 불구하고, 기쁨이가 기억하는 것과 슬픔이가 기억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처음에는 슬픔이의 행동이 매우 짜증이 났었다. 기쁨이의 행동이 옳아 보였고, 되도록 기쁜 기억만을 간직하고, 슬픈 기억들은 되도록 지우려고 하는 현상이 일반적인 작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슬픔이가 행동을 할 때마다 라일리는 점점 불행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이와 슬픔이가 함께 떨어져 나와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슬픔이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기력해 보이지만, 차분하게 행동하고, 천천히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어쩌면 슬픔이가 가진 강력한 능력이 아닌가 한다.

더욱이 기쁨이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슬픔이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기억이었다. 결국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자신의 기억을 넘긴다. 슬픔이가 자기도 모르게 모든 기억들에 영향을 끼치려고 했던 이유가 여기에서 밝혀진다.

라일리가 중요한 하키 경기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면서 결국 팀이 패배하고 만다. 라일리는 슬퍼하고 부모가 위로하지만, 결국 친구들의 헹가래가 슬픔을 기쁨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슬픔은 서로를 돕게 만드는, 연대의 장치인지도 모른다.

어릴 적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한다고 한다. 그 중심에 기쁨의 감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어린 아이들의 사고와는 다른 사고를 하게 된다. 애니에서처럼 슬픔을 받아들이면서 자기 뿐만 아니라 주변을 둘러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슬픔의 감정을 받아들여야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하지만 이것이 주변을 둘러보고, 그리고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장치라면, 안타깝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슬픔을 기쁘게 받아들이자.

<인사이드 아웃> 은 라일리의 성장 과정이자 우리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이다. 우리가 성장할 때 우리 내부에서 그리고 우리 외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어른이 되면서 이별하게 되는 것과 받아들이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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